서울에 널리고 널린 게 카페지만,
올드해서, 그래서 더 익숙해서
그 곳을 가게 됐다.
혼자가도 꼭 누군가가
있을 듯 한 익숙함.
도시 한 가운데 숨겨진 과거.
그 곳으로 함께 가보자.
레이스 양산 곱게 쓰고
님을 기다리는 아가씨가 그려진다.
올드한 그 커피숍 호랑이.
컵 홀더에서 부터 느껴지는
60년대 감성.
그때나 지금이나
커피 한 잔은 여유고 분위기 였을 것이다.
일요일 오후엔
가벼운 간식이 땡긴다.
바삭한 크래커에
달지 않은 녹차버터.
그리고 조금의 팥.
약간의 씁쓸함과
약간의 달콤함.
한 주의 마지막은
그렇다.
당근의 아삭함과
시나몬의 향긋함이
만들어준 달콤함.
당근이라는
귀여운 이름이
무색할 정도의
매력적인 맛이다.
귀여운 데코레이션이
미소 짓게 한다.
맛이 강하니
아이스 아메리카노와
마리아주를 맞춰주길.
가베가 커피가 된 지도
벌써 백년이 훌쩍.
누가 알았을까?
이 쓰고 까만 물이
만인의 일상이 되리란 걸
투박한 테이블에서
옛 잔에 마시는 커피는
좀 더 차분한 나로 돌아가게 해준다.
한약방에서 산 커피를
혜민당에서 먹도록 안내받아
살짝 놀랐지만
알고보면 주인이 같다는 사실.
(이왕이면 혜민당에서
마시는 걸 추천한다.
좀 더 운치 있달까?)
저 많은 잔 중 하나를 골라
카운터로 가면
원하는 메뉴를 담아준다.
을지로 곳곳에서 보이는
뚫린 벽.
방문자들의 새로운 포토존이다.
아무데나 늘어놓은 듯한
오브제가 분위기를 더 해준다.
혼자서 술술 걷는
을지로 거리.
옛 것에서 보는 새로움 만큼,
나의 내일도 새롭지 않을까.